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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폐증으로 본 몸, 마음 그리고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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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아이행복 댓글 0건 조회 3,668회 작성일 08-05-31 15:53

    본문

    영화 <말아톤>은 자폐증을 가진 한 청년과 그의 어머니가 마라톤을 통해 성장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아름답게 그린 영화다. 그러나 자폐증이 동심과 순수로 가득 찬, 아름답기만 한 장애는 아니다. ‘내 자식이 정상이 아니란 것을 깨닫기까지 20년이 걸렸다’는 대사처럼 현실의 부모들에게 자폐증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이다. 과학자들에게도 자폐증은 아직 수수께끼를 계속 던져주는 골칫거리다. 과연 자폐증은 어떠한 장애이고 자폐증을 통해 바라본 우리의 몸과 마음 그리고 뇌는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알아보자.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무엇인가?

    얼핏 겉으로만 봤을 때는 자폐증을 가진 아이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기 힘들 때가 많다. 하지만 말을 건네보면 금세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폐증을 가진 아이는 눈을 잘 맞추질 못하고 몸이나 손을 앞뒤로 반복해서 흔들기도 하고 심할 때는 벽에 머리를 계속 부딪치기도 한다. 또 흉내 내기에 서투르고 다른 사람의 표정이나 말, 생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상황에 맞는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해 거짓말이나 농담을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폐증은 명확히 구분되는 하나의 질병이자 증상이 아니다. 왜냐하면 빛이 프리즘을 거쳐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나눠지는 것처럼 경계가 불분명하면서 공통적인 증상을 가진 유사한 장애들이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좁은 의미의 자폐증인 캐너 증후군(Kanner Syndrome)과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Syndrome)을 비롯한 장애들을 모두 합쳐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라고 부른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전형적인 정신지체로 보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영화 <레인맨>에서 더스틴 호프만이 도박장의 카드 순서를 모두 외우는 것처럼 특정 분야에서 천재성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 또 말을 전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아스퍼거 증후군에서처럼 풍부한 어휘력을 자랑하기도 한다.




    몸에 갇힌 정신, 다른 대화법

    최근까지는 자폐증 환자는 지능이 낮고 감정이 결핍되어 있다는 편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많은 자폐증 환자들이 컴퓨터를 사용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일례로 정신지체로만 생각되었던 한나Hannah의 이야기가 2006년 5월 <타임Time>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녀는 키보드로 치는 법을 배우자마자 “엄마, 사랑해”라는 생애 첫마디를 표현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후 그녀는 자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자각하고 있고, 뛰어난 지성과 풍부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보여주었다. 다른 사람과 제대로 대화하지 못하고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오해받는 이들이 실제로는 ‘몸 속에 갇힌 정신’을 가졌다는 것이 비로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적인 동영상 UCC 사이트인 유튜브에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던 어맨더 백스Amanda Baggs도 말을 전혀 하지 못하지만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그녀는 자신이 직접 제작한 동영상
    (
    http://www.youtube.com/watch?v=JnylM1hI2jc)를 통해 일반인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소통할 뿐 그들도 개개인만의 언어를 가지고 있고 사물들의 모든 부분과 대화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들처럼 새롭게 세상과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사람들에게도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마치 번지점프나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것처럼 무시무시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또, 다른 사람이 건드릴 때만 ‘팔이 여기 있었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자신의 몸에 대한 자각인 고유감각proprioception이 일반인들과 다르다. 자폐증을 가지고 있으면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라자파티라나Rajapatirana는 “어머니가 나를 부를 때 머릿속으로는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움직이지 못하다가 직접적으로 ‘일어나라’는 말을 듣고서야 움직이게 된다”고 자신의 몸에 대한 감각과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 썼다. 손발의 여러 근육들과 감각들이 서로 협동해서 조화로운 움직임을 보이는 협응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폐증을 가진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손을 흔들고 두드리며 머리를 벽에 부딪치는 등의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도 그러한 동작들을 통해서만 자신의 몸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이처럼 복잡한 모습을 보이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1960년대 초까지는 학자들마저 정서적인 결핍이나 부모의 잘못된 양육 때문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이제 그러한 의견을 주장하는 학자는 아무도 없다. 최근 자폐증의 원인으로 가장 유력하게 지목받고 있는 것은 자폐증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가설이다. 비슷한 유전자를 물려받는 형제, 친척들이 동시에 자폐증을 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간의 염색체 중 2, 5, 7, 11, 17번에서 자폐증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발견되었고 계속해서 새로운 유전자들이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도 가지고 있는 자연적인 돌연변이일 때도 많고 한 개가 아니라 다수의 유전자가 합쳐져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유전자가 전적인 이유는 아니다.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일란성 쌍둥이들도 동시에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60%에서 많이 잡아도 90%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전적인 취약성을 실제 장애로 만드는 원인들이 연구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면역 반응, 중금속을 비롯한 신경독소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환경적인 신경독소는 텍사스 주의 오염과 자폐증의 분포가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면서 대규모의 추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고, 얼마 전에는 농약의 일부가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러나 자폐증이 하나의 원인으로 인한 하나의 질병이 아니라 비슷한 증상을 가진 다양한 원인과 경로를 거치는 여러 질병들이라는 의견에 많은 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자폐증을 가진 뇌

    어떤 원인에 의해서든 자폐증이 있는 뇌는 일반인들의 뇌와는 다른 특징들을 가지게 된다. 네 살짜리 자폐아의 뇌는 열세 살 보통 아이들과 맞먹을 정도로 크기가 큰데 특히 전두엽이 크다. 공포의 감정과 사회적인 활동과 관련이 깊은 변연계, 특히 편도의 경우 신경세포가 감소하고 축소되어 있거나 정반대로 더 커져 있기도 한다. 또 뇌의 피질 속에 있는 백색질 부분이 정상보다 많고 염증이 계속 진행되는 모습도 보인다.

    뇌세포들이 서로 연결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난다. 인접한 영역들 사이의 연결은 너무 많은 반면 떨어진 영역들과의 연결은 너무 느슨하다. 좌뇌와 우뇌의 연결도 빈약하다. 세부적인 면에 집착하고 전체적인 면은 보지 못하거나 뇌의 각 영역들이 조화를 이뤄 작동하지 않는 것이 관찰되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자폐증의 영향으로 특정 기능이 천재적으로 발달하기도 한다. 숫자 계산이나 음악을 한번 듣고 그대로 연주할 수 있는 등의 특별한 재능을 가진 자폐 서번트savant들이 전체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러한 재능이 특이한 것이 아니라 뇌가 가진 본래의 능력이 발휘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책을 마치 사진처럼 저장하는 기억력을 가지는 경우 역시 한시도 고정할 수 없는 주의력과 시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응이라는 주장이다.

    일반인과 달리 글자들이 시각 피질 중 형태를 처리하는 영역에 저장되는 경우처럼 사회적인 관계와 언어를 처리하는 방식뿐 아니라 뇌의 각 영역들이 활동하는 방식도 다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뇌의 일부가 아니라 전반적인 발달에 장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몸을 통해 다시 본 자폐증

    뇌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자폐증 아동들이 심한 소화기 계통의 문제와 면역 이상 증상을 보인다. 대사 과정에서 생기는 유해산소와 중금속을 처리하는 효소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까지 자폐증은 단지 마음과 뇌의 질병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몸의 이상은 무시되고 제대로 분석된 적도 없었다. 의사소통이 어려운데다 뇌를 연구하는 학자들마저 몸과 뇌를 분리하는 사고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에 몸과 뇌를 함께 바라보는 새로운 접근방법들이 받아들여지면서 몸을 치료함으로써 자폐증을 호전시키는 시도들이 미국에서 한창 진행 중이다. 중금속을 비롯한 신경독소의 제거, 염증을 없애고 면역 기능들을 바로 잡는 다양한 치료들이 몇몇 유형의 자폐증에서는 상당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올해 3월에는 <디스커버Discover>지에 자폐증을 가진 형제가 몸을 치료하는 과정을 통해 농담을 능숙하게 하고 학업 성취도도 우수한 정도로 바뀌게 되었는지를 다룬 기사가 실렸다. 물론 모든 유형에 적용될 수 있는 사례도 아니고 해독과 면역 요법들이 실제로 도움이 된 것인지도 아직 완전히 과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몸을 치료함으로써 뇌를 치료할 수 있고 더 이상 몸과 뇌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확실해졌다.

    자폐아를 대상으로 한 행동 치료도 신체의 사용으로 인해 자칫 퇴화하기 쉬운 뇌기능을 최대한 유지하거나 향상시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뇌는 쓰지 않는 부분일수록 더 빨리 퇴화되고, 몸을 쓰는 것이 뇌를 전반적으로 향상시킨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말아톤>의 실제 모델인 배형진 씨의 경우도 마라톤과 철인경기와 같이 몸을 자극하는 운동들이  신체감각의 이상을 최대한 줄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자폐증이 말해주는 우리의 몸과 뇌

    미국 질병 통제 예방 센터CDC의 발표에 따르면 166명 중 한 명꼴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발생한다고 한다. 10년 전과 비교해서는 2배, 30년 전과 비교해서는 10배 증가한 수치다. 영국의 다른 통계에 따르면 전 인구의 1% 정도로 나타나기도 했다. 통계적인 증가가 실제로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인지, 진단과 대처가 개선된 때문인지는 아직도 논란이 많다. 그러나 심각한 수치임에는 틀림이 없다.

    늘어가는 자폐증의 연구를 통해 우리는 뇌가 일부 영역들의 단순한 합이 아니라 조화를 만들어가는 네트워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자폐증은 우리의 마음이 몸과 환경과 분리된 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유전자라는 청사진으로 만들어진 몸과 뇌가 환경의 영향을 받으면서 서로 소통하고 스스로 변화시키며 완성해가는 작품이 우리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몸뿐 아니라 마음의 청사진이기도 한 유전자, 몸의 일부이자 몸을 움직이며 몸에 의해 작동하기도 하는 뇌, 환경과 우리 몸과 뇌의 상호작용. 이 모든 것이 인간의 마음을 만들어낸다. 자폐증을 바라보며 알게 된 이러한 사실과 앞으로 자폐증을 극복하면서 알게 될 새로운 사실들이 또한 인류의 마음을 다시 변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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